
서울 영등포구의 한 카페에서 손님 커피를 훔쳐 마시다 구조된 앵무새가 일주일이 지나도록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는 지난 17일 오후 앵무새 소유자를 찾는 공고를 올렸지만 22일까지도 연락이 없다고 밝혔다. 카페에서 처음 발견된 16일을 기준으로 하면 일주일째 ‘임시 보호’ 상태다.
사건은 16일 오후 3시 20분께 시작됐다. 영등포경찰서에는 "앵무새가 커피를 훔쳐 마신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카페 사장 조모(34)씨는 "정오께부터 야외석 쪽을 왔다 갔다 하더니 오후 3시께 다시 찾아와 손님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제가 먹을 것을 주고 손님이 만지는데도 앵무새가 가만히 있었다"고 덧붙였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몸무게 약 0.5㎏인 중형 앵무새를 무리 없이 포획해 종이상자에 담아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로 인계했다.
협회 측은 건강 상태를 확인한 뒤 유실·유기 동물 구조 절차에 따라 보호에 들어갔다. 인근 고깃집에서 비슷한 앵무새를 키운다는 제보가 들어왔지만, 해당 업소는 "저희 앵무새는 잘 지내고 있다"고 밝히며 관련성을 부인했다. 협회 관계자는 "검진 결과 앵무새 건강 상태는 양호했다"며 "정확한 종 판별을 하려면 영등포구청을 통해 한강유역환경청에 요청해야 하고 시간이 좀 걸린다"고 설명했다.
현재 동정 작업은 완료되지 않았지만, 이 앵무새는 멕시코·온두라스 등 중미 지역에 서식하며 전 세계에 4천여 마리만 남은 노랑머리아마존앵무(Amazona oratrix)로 추정되고 있다. 이 종은 몸길이 38∼43㎝의 중형 앵무로, 밝은 녹색 몸에 노란 머리, 어두운 비늘 무늬의 목, 빨간 반점이 섞인 날개와 꼬리 밑 부분이 특징이다. 높은 지능과 언어 능력을 지닌 대표적 ‘말 잘하는 앵무새’로 알려져 있으며, 오랜 기간 애완조로 거래돼 왔다.
문제는 이 새가 국제적으로 엄격히 보호받는 멸종위기종이라는 점이다. 노랑머리아마존앵무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부속서Ⅰ에 등재돼 있다. 부속서Ⅰ 종은 원칙적으로 상업적 거래가 금지되고, 학술연구·의학 목적·공식 전시에 한해 예외적으로만 거래가 허용된다. 개인이 입양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공고 기간 동안 정식 소유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이 앵무새는 환경부 국립생태원이 운영하는 CITES 동물 보호시설로 옮겨지게 된다.
국립생태원 CITES 보호시설에는 현재 국제사회가 보호 대상으로 정한 62종 376마리가 머무르고 있다. 시설 면적 2천162㎡에 최대 560∼580마리를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현재 포화율은 약 70% 수준이다. 이곳에 들어오는 개체 상당수는 밀수 과정에서 적발된 동물이다. 2021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입소한 1천252마리 가운데 995마리(79.5%)가 밀수 적발 사례였고, 유기 153마리(12.2%), 압류 39마리(3.1%), 구조 및 기타 65마리(5.2%)가 뒤를 이었다.
‘커피 도둑’ 앵무새 역시 반려용으로 불법 반입됐다가 버려졌거나, 허가 없이 들여온 뒤 키우던 중 탈출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관계 당국의 시각이다. 현행 야생생물법은 CITES 대상 생물을 국내로 들여올 때 반드시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3천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그럼에도 공식 절차보다 훨씬 저렴하게 거래되는 밀수 시장이 존재하면서 불법 반입과 유기는 끊이지 않고 있다.
국립생태원 관계자는 "예를 들어 처음 15∼20㎝ 크기였던 악어가 몇 년 키우면 60∼90㎝까지 자라기도 한다"며 "감당하기 어렵다고 느낀 일부 반려인이 결국 밖에 버리는 경우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를 전했다. 귀엽고 특이한 외래종을 ‘반려동물’로 키우는 문화 뒤에, 멸종위기종 밀수와 유기라는 어두운 그늘이 다시 한 번 드러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