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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훈련

행동 교육 이수한 견공들의 다짐 ‘매너 갖추겠습니다’

반려동물 행동 교정 심화반 가보니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89951



“기다려! 앉아!” 

주인인 박명선(49)씨가 손바닥을 내밀며 차분하게 기다리라고 지시를 해도 두 살배기 푸들 ‘호두’는 좀처럼 말을 듣지 않고 낑낑거렸다. 박씨가 간식으로 집중을 유도하려 했지만 호두는 말을 들었다 안 들었다 했다. 곁에서 이를 지켜보던 이순영 반려견 행동 트레이너는 “‘기다려’라고 한 다음에 간식을 주는 타이밍이 너무 빠르다. 강아지가 완전히 움직임을 멈춘 다음에 다가가 잘했다고 간식을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씨가 조금 늦게 간식을 주자 호두가 기다리는 시간이 한결 늘었다.

반려견에게 기본 매너를 가르치는 ‘반려동물 행동문제 교정 심화반’ 5기의 마지막 교육이 지난 20일 서울 구로구 서울반려동물센터에서 진행됐다. 이날의 교육 주제는 ‘부르기’와 ‘기다려’였다. ‘부르기’는 목줄을 놓쳤을 때나 횡단보도 등 위험한 곳에서 갑자기 멀어졌을 때 반려견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다. ‘기다려’는 말 그대로 차분하게 행동을 멈추게 해 쉽게 흥분하는 반려견에게 도움이 된다. 수업을 담당한 이순영·소상진 트레이너는 교육의 취지와 방식을 알려준 뒤 40여분 실습을 진행했다.

견주들은 일렬로 쳐진 칸막이 안에서 자신의 강아지에게 “기다려”를 외쳤다. 비닐봉지에 잔뜩 담아온 강아지 간식으로 반려견에게 행동을 가르쳤다. 부부 견주인 장일훈(32)씨와 진 디(31)씨는 웰시코기 ‘콩양’이 앉아서 기다리자 “잘했다”며 간식을 줬다. 장씨는 “유기견이던 콩양이 산책만 나가면 흥분해서 주변 분들이나 다른 동물이 놀라곤 했다. ‘기다려’ 교육이 이런 부분을 개선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두 명의 트레이너는 돌아다니며 견주들이 가르치는 모습을 꼼꼼히 보고 고쳐야 할 점을 알려줬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궁금한 점이 생기면 트레이너에게 시시때때로 질문했다. ‘사랑이’를 포함해 닥스훈트만 4마리를 기르는 정은진(39)씨가 “여러 마리일 때는 어떻게 교육하냐”고 묻자 이순영 트레이너는 “다른 개의 존재는 교육에 방해요소가 된다. 한 마리씩 따로 가르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견주들은 수업 내용이 담겨있는 파워포인트(PPT) 자료 화면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기록하기도 했다.

견주들은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가 다른 사람과 갈등을 빚지 않고 잘 지내게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박씨는 “호두가 산책할 때 사람만 보면 종종 짖었다. 이런 문제로 미움받지 않게 하려고 교육받으러 왔다”고 했다.

최근 잇따르는 개 물림 사고도 교육을 받기로 한 계기가 됐다. 정씨는 “개 물림 사고가 늘어나 프로그램 참가를 결심했다”며 “사랑이가 우리 식구는 물지 않지만 다른 모르는 사람은 자칫 물 수도 있지 않겠느냐. 이를 예방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개에 물리는 사고로 2368명이 병원에 이송됐다. 지난달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는 폭스테리어가 3세 여자아이를 물어 크게 다치게 했다. 참가자들은 입을 모아 “견주들이 더 책임감을 느끼고 반려견을 관리해 개 물림 사고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와 동물권행동단체 카라가 함께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소수의 반려견과 견주들은 지난 5주간 매주 100분씩 무료로 교육을 받았다. 교육 기간은 짧았지만 효과는 작지 않았다. 사랑이는 다른 동물과 사람을 보면 열 번에 아홉 번은 짖었으나 지금은 그 빈도가 절반으로 줄었다. 반려견의 이동 수단인 크레이트에 들어가지 않던 호두는 그 안에서 밥도 먹고 누워있을 정도로 변했다. 트레이너들이 매주 내주는 숙제가 도움이 됐다. 참가자들은 교육받은 내용을 집에서 복습하며 가르친 뒤 이를 영상으로 찍어 검사를 맡았다.

교육 효과가 큰 것은 ‘소수 과외’처럼 이뤄지는 맞춤형 수업 덕이기도 하다. 두 명의 트레이너가 붙어 개별 견주와 강아지에게 필요한 조언을 해준다. 박씨는 “방송에서 반려견 교육을 접해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가르치는지는 잘 몰랐다”며 “수업을 받으며 트레이너들이 뭐가 잘못됐는지 콕 집어주니 반려견의 행동이 빠르게 달라진다”고 했다. 장씨도 “이전에 다른 곳에서 들었던 반려견 교육은 다른 강아지 수십 마리와 함께해 어수선했다. 반면 이 프로그램은 규모가 작아 집중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아내 진씨는 “돈을 내고라도 수업을 더 듣고 싶다”고 덧붙였다.

‘반려동물 행동문제 교정 심화반’에는 기본 매너 교육 외에도 분리불안 행동 교육, 과도한 반응 완화 교육, 신체접촉 두려움 완화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이처럼 세분화해 가르치는 이유는 각 반려견에 알맞은 교육을 하기 위해서다. 이순영 트레이너는 “반려견 행동에 문제가 생기는 원인은 다 제각각”이라며 “목표를 작게 세분화하지 않으면 교육 효과가 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마지막까지 열심히 수업을 들은 강아지 5마리는 이날 서울시가 주는 교육 수료증을 받았다. 수료증에는 ‘해당 반려견은 행복하고 의젓한 견공이 되기 위한 과정을 학습한 교육생입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카라에 따르면 반려동물 교육은 과거보다 늘었지만 1000만에 이르는 반려 인구 규모를 고려하면 아직도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서울시와 광진구 등 몇몇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관련 교육이 제공되고 있다. 이순영 트레이너는 “반려견 행동 교육이 활성화된 지 아직 1~2년밖에 안 됐다”며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꾸준한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반려견 교육에 대한 견주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반려견을 키우면서도 교육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한 분들이 여전히 많다. 관심 없는 견주는 이런 프로그램이 있는지도 모른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개 물림 사고는 모두 예방이 가능하다”며 “행동에 문제가 생기고 뒤늦게 고치려면 오래 걸린다. 키우기 시작할 때부터 꾸준히 교육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수업을 마치며 그는 견주들에게 “반려견이 5주 만에 완전히 달라질 수는 없다”며 배운 것을 꾸준히 가르쳐달라고 당부했다.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89951